잠재 고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을 늘어놓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 기획에 신경써야 한다.
최근 명동의 롯데백화점 본점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오래간만에 경험한 백화점 방문이다. 세탁기, 건조기를 보러 8층 홈데코/가전기구 층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도달하니 이게 왠걸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은은하기도, 화려하기도 한 조명들, 이목을 집중시키는 컬러들, 제품과 함께 배치되어 있는 화병, 소품, 테이블 등이 마치 전시회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각 매장 마다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으로 display 해 놓았고, 눈길을 끄는 매장은 결국 손님을 모으고, 매출을 발생시키며, 결국 백화점 내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것 같다.
오늘 만나본 전문가는 이같은 유통공간을 연출하는 기획자다. 다른 말로는 비주얼머천다이저(Visual Merchandiser)라고 부른다. 롯데백화점에서 매장 공간연출기획, 점포VMD관리 업무경력과 현대백화점 VMD 평가, 교육의 경력 등 거의 20여년간 유통 VMD 업무를 진행해온 베테랑이다. 현재는 비주얼머천다이징(VMD) 컨설팅, 브랜딩, VMD교육을 하는 ‘리마크‘의 대표이자 TalentBank 전문가로 활동 중인 오미정 전문가를 만나봤다. 그녀는 최근 TalentBank를 통해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뛰어난 성과와 역량을 바탕으로 10월 이달의 전문가로 선정되었다.
우리는 오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 안국역에 위치한 안국135 라는 카페를 방문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전문가님과의 대화를 통해 커리어, 프로젝트, VMD에 관한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문가님^^ 전문가님이 웹사이트에 올려주신 프로필 통해 대략적인 정보는 알고 있지만, 직접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저는 비주얼머천다이저 라는 일을 하고 있고요. 이 일이 예전에는 디스플레이어라고 불리우며 단순히 쇼윈도 연출로 고객의 이목을 끄는 1차적인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쇼윈도 기획부터 전체적으로 점포디자인을 아우르며 identity를 만드는 일로 확장이 되었어요. 스토어의 외관에서부터 내부 인테리어, 가격표, 집기 디자인,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소도구 디자인 등을 총괄해서 컬러나 디자인, 소재를 정한 다음 상품과 브랜드의 컨셉에 맞게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이렇게 설명해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아직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아이템마다 많은 브랜드들이 있어 경쟁이 치열하고, 이러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차별화 된 공간전략이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소비자들이 일단 너무 많은 광고와 홍보에 노출되어 있고, 그걸 기억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컬러, 유니크한 소재를 활용한 공간 디자인으로 공간의 임팩트를 주어 점포의 identity를 만들고 기억하기 쉽게 만드는 전략이 중요하죠. 오프라인 점포에서 행해지는 비주얼 브랜딩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이런 질문을 한번 드려볼게요.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전문가님을 무슨 일 하는 사람으로 알고 계신가요(^^)?
제가 예전에 방송을 몇 번 나간 적이 있어서 친구나 가족들은 쇼윈도 디스플레이하고, 매장 관리하는 정도의 일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을거에요. 아, 저희 남편은 아주 바쁜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을 것 같네요(^^).
-커리어에서 진행해보신 프로젝트가 정말 많으실텐데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최근 진행했던 일이 기억이 남네요. 이건 TalentBank 통해서가 아닌 개인적으로 의뢰가 온 건인데요. 얼마 전 와인앤모어 센터필드 점 쇼윈도 진행을 했었어요. 와인앤모어는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고급스러운 전시 보다는 접근하기 편리한 공간 전략이었는데요. 센터필드 점은 아무래도 주변 분위기에 맞게 고급스러운 매장 표현을 원했죠. 의뢰가 온 다음날 현장을 확인해보니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은 기존 앵글집기를 활용한 쇼윈도 연출기획 이었어요. 소도구활용과 연출 디자인을 기획하고 약간의 소품을 추가하여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쇼윈도를 만들었습니다. 분위기에 맞는 소품을 구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죠. 쇼윈도 완성 후 윗 선에서 매장을 다녀가고 흡족해 했다는 평을 들었을 때 보람이 있었죠.
-그럼 탤런트뱅크에서는 어느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나요?
클라이언트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명품 주방용품의 한국 법인이었는데요. 요청 사항으로는 오픈 예정인 플래그쉽 매장의 VMD 기획 및 현장 오픈에 관한 컨설팅이었죠. 사실, 오래 전부터 눈여겨 온 브랜드이기도 했고, 이번 기회에 더 잘 되도록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기로는, 명품이나 글로벌 브랜드는 매장 관련한 본사 가이드가 있지 않나요?
네 맞아요. 해당 브랜드도 마찬가지로 매장 기획 부분에서 본사 가이드를 따르고, 국내 입점 공간 컨디션에 따라 약간의 변형만 허용하는 그런 시스템이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는 입점하려는 백화점 측에서 창의성이 가미된 공간 디자인을 요구했죠. 이를 위해 매장 리노베이션을 함께해 줄 전문가를 찾았고, 저와 매칭이 된 거죠.
-그렇군요.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네, 이번 프로젝트는 1, 2회차로 나누어 진행이 되었어요. 1회차에는 리노베이션 계획에 대해 CEO에게 컨펌을 받고, 2회차에서는 실제 매장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죠. 사실, 시간이 매우 촉박한 프로젝트였어요. 이미 다른 외부 업체에 갔다가 컨펌이 되지 않았고, 제가 맡게 되었을 때는 시간이 얼마 없었죠. 1회차 때는 주어진 시간이 3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책임을 갖고 진행 했죠.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2가지 정도의 포인트를 잡아봤는데요. 먼저는 고객이 해당 브랜드 제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VMD를 기획했죠. 점포 전면의 오브제 디자인과 점포 내부에 세팅이 된 테이블을 통해 고객을 점포로 끌어들이는 동선을 만들었습니다. 두번째로는 컬러 그룹핑(color grouping)을 진행했어요. 이는 고객의 연계판매를 유도하기 위함이죠. 해당 브랜드 제품의 컬러감은 뛰어나지만 진열방식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컬러를 기준으로 진열에 변화를 주었더니 이 점에 대해 클라이언트 측에서 매우 흡족해 하더라구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매장 기획이라는 게 흥미로운데요.
오래전 점포공간은 상품 판매에 의한 매출신장이 최고의 목표였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편의에의한 온라인 구매로 소비자들의 구매형태가 바뀌고 오프라인공간은 외면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어려움의 자구책으로 집객효과를 얻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은 소비자들에게 체험공간, 정보제공공간,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많이 바뀌고 있어요. 이런 변화된 공간중 하나가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컨셉으로 하는 공간입니다. 스타일제안을 하려면 다양한 아이템과 어울리는 잡화나 소품을 접목하여 구현해 놓아야 하지요.
스타일제안은 리빙공간을 제안할 수도 있고 패션스타일은 물론 취미나 여가활동 제안 등 무궁무진합니다. 요즘 편집 샵이 트렌드인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소비자들마다 선호하거나 마음에드는 편집샵을 가면 여러 장소를 다닐 필요도 없이 한곳에서 쇼핑할 수 있어 편리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온라인구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앞서 말한 이러저러한 전략들이 공간 브랜딩이자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얘기 감사합니다(^^). 다음 질문으로, TalentBank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사실 저는 서비스를 처음 볼 때 홈페이지를 자세히 보는데요. 올라와 있는 전문가님들의 프로필을 보고 퀄리티 있는 분들이 꽤 많이 활동하시는 구나 라고 느겼어요. ‘나도 합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졌고, 전문가로 지원했죠. 저는 사실 주로 소개를 통해 기업과 연결되고, 프로젝트를 해왔는데요. 이 곳에 프로필을 올려 놓으면 별다른 영업 활동을 하지 않아도 기업과 연결될 수 있겠다 싶었죠.
-저희가 1만명 전문가 분들 중 인증 전문가 분들이 4천명이 활동하고 계신데요. 이렇게 ‘전문가 인증’을 위해 인터뷰가 있다고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조금 부담스럽진 않으셨나요(^^)?
음, 저는 부정적이지 않았어요. 요즘에는 광고도 발달하고 해서 플랫폼에 자신을 잘 홍보해놓고 그런 분들이 많은데 사실 세상에는 숨은 실력자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분들 중 홍보도 안하고 조용히 있는 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 TalentBank 인증을 통해서 세상에 드러나면서, 활동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크게 부정적이진 않았습니다.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기획, 비주얼 브랜딩을 잘 하고 싶지만 예산이나 여러 애로사항을 겪고 있을 중소기업 CEO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일단, 자신의 아이템들과 비슷한 브랜드를 찾아 보는게 필요해요. 국내든 해외든 말이죠. 만약 안경을 판매한다면 다른 나라에선 공간을 어떻게 표현 하는지를 봐야하죠. 그리고, 저는 자신의 브랜드에 확고한 컬러를 정하는게 좋다고 봐요. 일관성 있는 컬러를 표현하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안경이라 하면 안경 감성에 맞는 컬러를 선택해야 하는 거죠. 컬러 하나를 정해서 외관부터 내부 점포 모든 부분을 바레이션 하면 되는거죠. 다만, 이름이 딸기부동산이라고 외관을 딸기 이미지로 도배 해놓고 그렇게만 안하면 돼요(^^).
-마지막으로, 전문가님 앞으로의 목표나 꿈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 나이에 꿈이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우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를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이 일이 정말 재밌거든요. 그래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한까지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대기업 위주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했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쪽의 일을 해보려고 해요. 큰 기업의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하기는 하겠지만(^^), 비용이 없어서 의뢰가 어려운 소상공인 또는 중소 규모의 기업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도와주고 싶네요. 그런 기회를 찾으려고 해요.
-그러게요, 오프라인 스토어를 브랜딩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한데도 모르거나, 시도조차 못하는 기업체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맞아요.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도 많고, 아는 사람도 비용이 부담되 안쓰려고 해요. 전문가를 찾기도 어려워하고요. 사실, 오프라인 스토어같은 경우 비주얼 브랜딩이 사업 성패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상품의 퀄리티는 요즘 다 비슷하기 때문에 집중하게 만드는 일에서 이미 50%는 잡고 들어가는거 잖아요. 그래서 니즈가 있는 분들에게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비용을 줄이더라도 해보고자 해요.
전문가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현재 머물러 있는 이 카페에 identity가 어떤지 눈길을 돌려봤다. 고풍스러운 느낌, 오래된 집을 개조해서 만든 듯한 느낌의 카페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일관성있게 컬러를 표현한 점에서 비주얼 브랜딩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오미정 전문가를 통해 비주얼 브랜딩에 대해 깊이 알아본 것 처럼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TalentBank 전문가들을 만나보는게 한층 기대가 된다.
인터뷰 함께 해준 오미정 전문가님 감사합니다.
전문가 인터뷰 #13 “완성도가 최우선이죠”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