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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로 살기 12
어디까지 끌려갈 것인가 1

이 글도 약간 길어질 듯 해서 두 편으로 나누겠습니다.

 

사업을 기획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거래선을 발굴하고, 이것을 판매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고, 수금하는 과정이 비즈니스의 일반적인 과정이라고 한다면, 이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어떤 것일까요?

 

단연, 수금이 가장 어렵습니다.

 

큰 회사에 다닐 때는 수금에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금을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고, 안전장치도 되어 있으며, 큰 회사이므로 계속 거래를 위해서도 상대방이 지급을 게을리 하지 않고, 최악의 경우에는 법적 조치를 취하는 전문 부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회에 혼자의 몸으로 나온 전문가들은 필수적으로 이런 저런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 글에서는 수금문제는 물론, 과연 어디까지 끌려갈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할 듯 합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인 임금체불 문제부터 얘기하도록 합시다. 탤런트뱅크 매칭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임금체불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인건비를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인을 통해서, 혹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 업무를 의뢰 받는 경우, 충분히 완성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처음부터 줄 생각이 없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뭔가 다른 요구사항이 있거나, 처음과는 생각이 달라졌거나, 회사의 자금상황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그런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일한 댓가로서의 지급액이 밀리면, 더 이상은 절대 일하지 않습니다. 계속 일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밀린 돈을 받는 것은 다른 이슈로 하더라도, 일단은 그 회사의 일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는 아니겠지만, 어떤 사장들은 돈을 최대한 천천히 주면서 더 많은 일을 시키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앞의 돈을 잊어버립니다.

 

정식 근로계약에 따라 받아야 할 임금의 경우, 노동부에 쉽게 신고하는 절차가 있어 상대적으로 조금이나마 보호되는 편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로 살아가면서 받아야 할 돈은 일반적인 채권채무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법적인 조력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소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는 엄청납니다.

 

사람이 일을 하고 나서 돈을 못 받으면 그것은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스트레스를 줍니다. 당장 돈이 없으니 불편한 것도 있을 것이고, 이 돈을 받아서 다시 써야 하는 계획에도 차질은 오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괴감’ 입니다.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저럴까’, ‘내가 이제 그 정도 액수에 오락가락하는 사람이 되었나’, ‘내가 수십년동안 쌓아온 능력이 이 정도 대우 밖에 받지 못하는 것인가’ 등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채권채무관계가 아니라 감정문제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저의 개인적인 습성에 대해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우선 제대로 된 계약서가 아니라 그냥 말로 ‘얼마 줄테니 하라’ 라고 하는 경우에는 그냥 착수금으로 받는 액수를 전액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비스도 딱 그 수준에서 합니다. 대신 협상과정에서 착수금 비율을 최대한 많이 올리도록 노력하는 것이죠. 잔금은 다 주면 정말 감사한 것이고, 반만 줘도 그냥 머리에서 사라지도록 합니다. 그게 건강을 위해 좋고, 돈도 더 많이 버는 길입니다.

 

가끔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정말로 진지하게 ‘지금 자금상황이 어려워서 돈을 주지 못한다. 미안하다. 조금만 더 해 주면 돈을 주도록 하겠다’ 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저는 그 대표이사의 평상시 습관이나 행동에 따라 행동하는데, ‘더 해 주겠다’ 라고 생각할 때는 그냥 ‘봉사한다’ 라고 생각하고, 대신 날짜를 약속 받습니다. 아무래도 정식으로 돈을 받고 하는 일보다는 질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겠죠. 그리고 약속한 일자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냥 깔끔하게 잊어버립니다. 일을 하다보면 그 대표이사의 성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우리 정도의 경력이 있으면 당연히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돈문제가 감정문제, 나아가서 인격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망각의 능력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다음편에서는 주로 추가업무와 관련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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