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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의 근간, 블록체인

10억원에 불티나게 팔린 훈민정음해례본

지난 7월 22일 간송미술관은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1억원에 판매한다고 알렸다. 자금난 극복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정확히는 디지털 자산인 NFT(대체불가토큰)으로 만들어 100개 한정 발행한 것이다. NFT 1개당 가격이 1억원에 달했지만 불티나게 팔렸고 간송미술관은 수익금을 운영 자금과 문화재 연구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NFT로 변환할 수 있는 소재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꺾었던 제 4국 동영상 파일로 만든 NFT가 무려 2억 5,000여만 원에 팔렸다.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는 지난해 6월, 30년 전 9,555줄로 작성한 월드와이드웹 소스코드 원본 파일을 담은 ‘This Changed Everything’라는 제목의 NFT를 경매에 올렸다. 월드와이드웹 소스코드는 최종 경매가 540 만달러(약 65억원)에 팔렸다. NFT는 문화, 예술계를 넘어 수집품, 게임, 스포츠, 명품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다. 실제 물건도 아닌 디지털 기록이 수 억 원을 호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암호화폐 열풍에 휩싸인 반짝 유행일까, 물리적 세계와 연결되는 디지털 세상이 열린 걸까?

 

NFT의 기반 기술은 블록체인

앞으로 NFT가 열어갈 세계를 가늠하려면 그 기반이 되는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NFT라는 새로운 실체의 윤곽은 블록체인 본질과 기술적 특성, 블록체인이 잇는 가상자산과 물리세계 연결을 살펴야 알 수 있다. 더구나 NFT는 블록체인이 가진 잠재력의 일부에 불과하다.

블록체인이란 정보를 ‘블록’이라는 단위로 암호화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은행과 같은 중앙집중형 서버에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동일한 장부를 갖는다. 참여자는 거래정보를 확인한 뒤 검증과 합의과정을 거쳐 기록하고 공유한다. 블록체인은 ‘분산형 디지털 공개 장부’로 불리며, 제 3의 거래 중재자 없이 거래기록 무결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이런 간단한 개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자.

 

 

블록체인 작동 메커니즘 알아보기

어떤 기술을 알고 싶다면, 그 기술을 구성하는 요소와 그것이 얽혀 있는 구조, 그리고 작동 메커니즘을 파악해야 한다. 기술 작동 방식이 머릿속에 그려질 때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블록이란?

특정 시간동안 거래된 내역과 관련 정보를 묶어 만든 파일이다. 예로, 비트코인은 10분 단위로 파일이 생성된다. 블록에는 블록 크기, 담긴 거래 수, 거래 정보, 버전, 직전 블록 암호(해시), 거래정보 암호, 생성 시간, 작업증명 난이도, 작업증명을 찾은 값이 담긴다.

암호화: 블록을 해킹할 수 없는 이유

블록에 담기는 거래정보는 암호해시(hash)함수를 이용해 16진수 64자리 숫자로 변환된다. 보안을 뚫기 어렵다고 알려진 아이폰도 해시함수를 이용해 암호화한다. 이 때 변환된 숫자는 해시값이라고 부르며, 복사된 디지털 문서가 원본과 동일하다는 증거로 쓰인다.

암호해시함수는 암호화된 결과로 원본값을 역추적할 수 없는 익명 처리 함수다. 아주 조그마한 변화로도 전혀 다른 해시값이 나오기 때문에 해시값으로는 원본 자료를 짐작하기 어렵다. 완전해독에는 2의 256승의 시간이 걸려 정보의 무결성을 보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시간이다.

정보가 암호해시함수를 거쳐 숫자가 되는 과정이 궁금하면 검색창에서 ‘SHA-256 해시 생성기’를 검색해보자. 블록에 정보가 암호화돼 숫자로 기록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블록 연결하기

새로 생성되는 블록은 바로 앞 블록 해시값을 함께 담아, 두 블록을 ‘연결했다’고 표현한다. 100번째 블록을 만들 때는 99번째 블록 해시값을 담아두는 식이다. 99번째 블록 속 거래정보를 조작하면 100번째 블록에 담긴 99번째 블록 해시값과 일치하지 않는다. 한 블록을 바꾸면 그 블록 뒤에 연결된 모든 블록을 새로 만들어야만 조작할 수 있다.

분산: 여러 곳에 저장해두기

블록체인은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채굴 참여자)가 똑같은 자료를 장부에 저장한다. 엄밀히 말하면 분산보다 중복 저장에 가깝다. 똑같은 조선왕조실록을 만들어 5군데에 나눠 보관했던 원리와 같다. 어느 한 채굴 참여자에서 장부가 업데이트되면 다른 참여자 컴퓨터도 장부를 동시에 업데이트한다.

장부를 믿을 수 있어 은행없이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할 수 있다. 탈중앙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블록이 체인에 들어가려면

블록체인은 예비블록 생성과정과 블록 유효성을 검증해 봉인하고 연결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첫 번째 단계는 이중지불 위험이 없는 거래 정보를 모아 유효한 개별블록을 만드는 ‘채굴’ 혹은 ‘작업증명’이다. 이중지불은 실제로는 자신의 계좌(주소)로 돈을 지불했지만, 타인에게 정당하게 지불한 것처럼 조작하는 도둑질을 의미한다.

채굴 참여자, 즉 거래를 증명하는 사람은 네트워크 참여자며, 돈을 전송하는 사람이 걸어둔 수수료를 보고 마음에 드는 채굴작업을 선택한다. 채굴작업은 생성 중인 블록을 대표하는 해시값이 어떤 크기의 수 이하가 되는 어떤 수를 찾는 과정이다.

채굴 참여자는 블록에 담겨야 하는 정보와 임의로 선정한 숫자를 해시함수에 넣은 뒤 목표해시값과 비교한다. 목표해시값보다 낮은 수가 나올 때까지 숫자 낮추기를 반복한다. 비트코인에서는 목표해시값을 찾는데 평균 10분을 쓰도록 매번 난이도를 조정한다.

채굴 참여자는 이 수를 먼저 찾기 위해 경쟁하고, 가장 빨리 찾아낸 채굴 참여자가 블록 형성 보상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여기서 ‘제일 빨리 찾았다’는 뜻은 채굴 참여자가 블록을 임의조작할 여유가 없었음을 말하며, ‘조작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 입증 역할도 맡는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은 처음으로 작업증명 방식을 도입하면서 성공궤도에 올라섰다. 다만, 작업증명은 엄청난 전산 자원을 소모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후속 블록체인은 이를 보완해 주주총회와 유사한 지분증명이나 합의 알고리즘인 PBFT, IBFT를 채택하고 있다.

블록이 원하는 숫자를 찾아 블록을 봉인하면 블록을 연결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생성된 후보 블록은 각 채굴 참여자에게 전달된다. 각 참여자는 블록에 담긴 정보가 자신이 가진 정보와 같은지, 임의의 수가 목표해시값을 만족하는지 확인해 블록 유효성을 검증한다. 참여자 과반수가 유효하다고 동의하면 해당 블록은 이전 블록과 엮여 블록체인 일부가 된다.

 

 

스마트계약

이더리움은 최초로 블록체인에 스마트계약 기술을 탑재했고, 거래를 자동실행하는 블록체인 2.0이 탄생했다. 특정 거래 조건을 입력하고 조건이 맞으면 계약 내용이 ‘자동’으로, ‘무조건’ 실행되는 시스템이다. 돈을 넣으면(조건 충족) 물건이 나오는(계약 이행) 자판기에 비유할 수 있다. 거래는 계약 조건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거래 당사자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스마트계약은 프로그래밍 코드로 블록체인 위에 기록돼 처음 명시된 계약조건은 누구도 바꿀 수 없다.

결제와 송금 기능만 갖던 암호화폐는 이제 비즈니스 화폐로도 통용된다. 건물 임대차계약도 스마트계약이 가능하다. 임대인은 프로그램 코드로 계약 조건을 설계해 플랫폼에 공개하고, 임차인은 암호화폐로 계약금을 지불한다. 임차인은 지불 즉시 스마트폰에 발급된 열쇠로 건물을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중개인은 필요없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

이상의 내용을 모두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본질이 드러난다.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를 암호화해 익명성, 정보를 온전히 보존하는 무결성, 한번 기록된 정보를 되돌리지 못하는 비가역성을 확보했다. 데이터가 새로운 자원인 디지털경제 시대에 블록체인은 정보를 기록, 관리하는 비즈니스와 공공기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분산저장기술을 이용해 거래중개자를 없애고 정보 투명성을 확보할 길을 열었다. 공신력 있는 중개 기관이 개입하지 않아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사람이 손댈 필요 없는 기계간(M2M) 거래가 이뤄진다. 정보를 많이 아는 쪽이 유리한 정보 중앙집권화 현상도 사라진다. 블록체인 기술은 사회와 기업 조직의 의사결정구조를 바꾸는데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고작 비트코인으로 블록체인 쓰기엔 아깝잖아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1세대는 화폐 기능을 검증하는 시기였다. 2세대 블록체인은 자동 스마트계약을 도입하면서 ‘인터넷 위 경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암호화폐는 시세에만 열광하던 시기를 지나 점차 블록체인의 본질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점에 와 있다.

 

‘디지털 진품 인증서’ NFT

NFT는 블록체인 기술로 고유 일련번호를 부여한 디지털 파일이다. NFT에는 영구적으로 해당 디지털 파일이 만들어진 시점, 장소, 생성자, 소유자가 기록된다. 디지털 파일이나 자산에 소유권을 표시하고, 블록체인에 저장해 위변조를 막기 위해 정보를 영구적으로 기록한다.

NFT 토큰에는 다른 디지털 파일과 달리 ‘유일함’이라는 특성이 더해진다. 트위터 창업자가 작성한 첫 트윗은 그 자체로 고유하고, 아무리 같은 문구를 트윗하더라도 결코 같지 않다. 1 비트코인은 다른 1 비트코인과 바꿔도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NFT 토큰 하나하나에는 ‘유일함’이 있으며, 이 유일함이 NFT의 가치다.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다.

한마디로 NFT는 ‘디지털 아이템 원본을 증명하는 기술’이다.  가치 있는 상품은 디지털 세상에도 존재한다. NFT는 디지털아이템에 조작 불가한 고유번호를 부여해 원본을 인증해 희소성과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다. 가상세계 ‘진품보증서’인 셈이다. NFT 등장으로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웠던 미술, 음악, 게임, 부동산, 금융 자산 수익화가 가능해지거나 더 쉬워졌다.

NFT는 메타버스(다중 온라인 세계)가 구현되면서 거래수단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BTS는 지난 2020년 8월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나 콘서트가 아닌 메타버스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코인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NFT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포토카드와 같은 굿즈를 NFT로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현실세계 속 기업이 가상세계를 또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고 접근하고 있다.

 

박찬기

게임 마케팅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前) 매니저소사이어티 대표
前)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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