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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료관광은 ‘비대면 진료’ 눈여겨봐야”

 

2012년 Mr. Ismail(이하 이스마일씨)과 그의 형 Mr. Hassan(하산씨)는 한국을 방문했다. 여행이 아닌 수술을 받기 위해서다. 이스마일씨는 등이 90도 이상 휜 ‘척추 옆굽음증(측만증)’을 갖고 태어났으며, 이로 인해 허리 통증뿐만 아니라 심폐 기능 장해까지 생겨 고통스러운 일상을 견디며 살아야 했다.

 

그와 가족들은 아랍에미리트 수도인 아부다비에 살고 있는데, 무려 10시간이나 되는 비행을 감수하고 한국까지 왔다. 아파서 병원에 누워있으면 누구나 서러운 마음이 들기 일쑤인데, 형과 단둘이 낯선 한국에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이런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흔치 않지만 UAE 국민 대부분은 중증 치료나 간단한 검사를 위해서 독일이나 유럽, 아시아 등으로 원정치료를 떠난다. 이번 그가 독일이나 유럽 대신 한국을 택한 이유는 ‘2011 아부다비 보건청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간 환자송출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UAE 환자 송출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중동의 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낙후된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해외로 갈 수밖에 없는 자국민들에게 복지 차원에서 의료선진국과 계약을 맺고 치료비를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일머니를 통해 이룬 막강한 부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 정부는 치료비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의 항공료, 간병, 체류비까지 지원한다.

 

 

하산씨는 동생이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넉 달간 매주 대사관을 방문해서 일주일 치의 체류비를 타오는 역할을 했다.

 

TV에서 원정출산이라는 말은 자주 들어봤지만 원정치료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해외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국가에서 용돈을 준다는 것도 상식 밖의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Hassan이 동생의 퇴원을 앞두고 대사관에 갈 때 꼭 지참해야 하는 서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Final Medical Report(최종 의료 보고서)’이다. UAE(아랍에미리트)는 DAMAN이라는 정부 보험사를 참여시켜 치료비에 상응하는 증빙서류들을 병원에 요청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졌는지, 적정 비용이 청구되었는지 면밀히 확인한다.

이른바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이라 불리며 20세기 등장한 신(新)의료 서비스 산업은 전세계가 ‘21세기 국가전략산업’으로 삼고 있으며, 외화 획득과 자국 의료 기술의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많은 예산과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의료관광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환자, 정부 정책, 보험사, 중간 매개자(통역, 관광, 숙박, 교통 지원), 의료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일부 중앙아시아나 러시아의 경우는 UAE와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이들은 자국민이 해외로 치료받기 위해 떠나는 것을 정책적으로 막으려는 분위기다. 중증환자가 아닐 경우 비자발급이 제한적이고, 해외에서 수술받은 환자가 자국에서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현지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료관광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많은 나라들은 정부 간 보건의료 협력을 통해 진출장벽을 낮추고 법·제도적 규제 완화, 국가 간 협력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주도 의료관광이 한 축을 이룬다면, 민간 주도 의료관광 및 해외진출도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의료기기 회사로 출발한 오스트리아의 VAMED 그룹은 병원기획부터 설계-시공-장비공급-인력교육-운영-HIS솔루션-시설관리-의료컨설팅 등 병원 설립에서 운영까지 연결되는 사업모델을 마련했다. 이들은 우수한 의료기술과 인력, 시스템을 바탕으로 병원과 제약, 의료기기, 건설, 금융 등의 패키지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의료의 공공재적 가치에 보다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나 국민 정서상 아직은 해외와 같은 대규모의 의료사업이 발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의료가 가지는 기본적 가치를 해하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K-POP, K-DRAMA 못지않게 K-MEDICINE이 미치고 있는 반향이 큰 점을 고려하였을 때 민간 주도의 의료 산업 활성화는 제2의 삼성전자와 현대건설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래의 의료관광산업을 전망해보았을 때 ‘언택트(untact)’를 주요 속성으로 하는 기술이라는 판단 하에 비대면진료/원격의료(Tele-Medicine)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19년 12월 우한 폐렴으로 시작된 COVID-19은 인류의 사고체계를 한 순간에 바꿔 놓는 계기가 되었다. 거리가 봉쇄되고 음식이나 생필품을 배달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해외 바이어나 원거리 거래처와의 미팅은 화상 전환되고, 재택 근무로 직접 대면하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대도시 병원들은 코로나로 이중 고충을 겪기도 한다. 기존 환자에 코로나 감염 환자까지 밀려드니 의료진과 진료지원부서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병원도 그렇지만 시의 적절한 진료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각하다. 도서 산간지역민들이나, 해외 주재원, 자국에서 치료가 안되는 중증 외국인 환자들은 더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된다. 암 환자와 같이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중증환자들의 경우는 현지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 해외 치료를 허용해주고 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만성질환자는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며 정신적 우울을 겪게 된다.

 

 

‘코로나 공존시대(With-Corona)’에 환자가 진료망에 접근하는 것(내원)이 아니라 진료망이 환자에게로 확장되는 ‘방향성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는 단순히 환자와 의료인 간의 연결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의료관광에서 발생하던 보험사와의 연계, 정부간 협력, 약 배송, 타진료과와의 협진과 전원체계(Referral System) 같은 사후관리까지도 고려돼야 한다.

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아무리 엄격하고 기준과 규정이 있더라도 국민의 정서와 정책의 기조는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자본력과 전문성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가는 대국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K-CULTURE가 보여주는 독창성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코로나 이후 K-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 AI바우처 지원사업, 의료해외진출지원 사업 등에 예산을 늘려 미래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해 시범적, 제한적 환경 하에 미래의 경쟁력을 테스트한다. 미래 생태계를 미리 찾아가도록 장려하는 제도다.

앞으로 의료관광이 나아가야 할 길은 해외환자 유치뿐만 아니라 의료의 해외진출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원격의료의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것은 의료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Hidden-Champion 들이 함께 공조하고 나서야 할 일이다.

 

홍선옥

의료사업 해외진출 마케팅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나누리 의료재단 국제진료팀장
前) 우리들병원 전략기획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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