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특수물류의 세계
-무거운 비행기 엔진 싣기
-초저온 백신 택배 보내기
-위험한 농약과 화학제품 다루기
물류 영역을 나누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해당 물류서비스의 최종 소비가 누구냐에 중점을 둔다면 물류는 B2B(비즈니스용)와 B2C(소비자용) 물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B2C 물류란 개인고객이 최종소비자가 되는 물류입니다. 즉,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 가능하며,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택배, 우편, 퀵서비스, 음식배달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B2C 물류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고 많은 정보가 공개돼 있습니다. 그리고 효율화를 위해 대다수 과정에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적용됐죠. 택배터미널 자동분류기, 개인 화물(택배) 위치를 알려주는 어플(application), 주문한 음식 위치를 알려주는 전산시스템, 라이더 자동 배정 시스템이 그 예시입니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많은 장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B2B 물류는 아직도 자동화, 디지털화 부분에서 난항을 겪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물건이 특정 고객 맞춤제작 상품이라 자동화와 디지털화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전산화와 자동화 필수 요소인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폐쇄적인 시장구조로 제약사항이 많습니다. 그래서 B2B특수 물류시장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만, 위 원인들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는 채널은 많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B2B특수 물류시장을 알아보겠습니다.
제 경험을 기준으로 B2B 특수물류는 크게 3가지로 나눠집니다. 첫째 발전소 설비, 조선 기자재 등 중량물을 다루는 분야, 둘째 -20도 이하의 초저온 물질을 다루는 분야, 셋째 농약/화학제품 등 위험물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B2B 특수물류는 제품 특성 때문에 일련의 운송-보관-하역-설치 작업 과정이 중요한 시장입니다. 물론 세가지 분야 외 현금수송, 귀금속, 고가미술품 수송과 같은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대중적인 비즈니스와 거리가 멀고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분야는 제외했습니다.
첫번째로 중량물 분야를 살펴보겠습니다. 중량물(발전소 설비, 조선 기자재 등)은 크기와 무게가 상상을 초월하기에 시중에서 쓰는 일반적인 화물차량과 장비로는 다루기 힘들고 운송 비용이 높습니다. 규격화된 제품이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운송돼, 크기와 무게가 다양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수단으로는 취급하기 쉽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수입돼 최종 도착지에 설치되는 과정을 설명해 볼게요. 생산국 현지에서는 중량물을 선박이나 항공((항공기의 경우 공간이 한정되어 있고 무게도 150톤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긴급운송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적인 프로젝트에는 군용기가 동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에 적재하는 장소(공항이나 항만)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공항 또는 항만까지의 차량 및 도로상황, 하역장비 상황이 어떤지 미리 확인하고 움직여야 하죠.
공항이나 항만에서는 선박이나 항공기에 물건을 적재할 장비가 준비됐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이때 모듈식 트랜스포터(transporter)를 사용해 무거운 물건을 옮깁니다. 중량물의 크기에 맞게 레고처럼 조립하여 운영할 수 있습니다. 보통 차량적재함을 낮춰 조립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처음부터 제작위치(생산지)에서 트랜트포터에 적재해 최종 소비지까지 이동합니다. 선박에 적재할 때도 트랜스포터 그대로 싣습니다. 해상 운송시에도 초대형 중량물은 중량물 전용 운반선을 수배해야 합니다. 일반 벌크 화물선에 적재할 수 없는 제품은 특수제작 트랜스포터를 실을 평평한 데크(DECK)가 있는 중량물 운반선을 이용합니다.
사용처에 도착한 뒤에는 반드시 정밀하게 시뮬레이션((CAD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중량물을 적재했을 때 적재함 밖으로 돌출되는 부분, 높이 등을 정확히 확인해 로드서베이(road survey)에 활용합니다.))해봐야 합니다. 가장 먼저 예상이동경로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경로를 설계합니다. 높이 때문에 갈 수 없는 도로, 폭이 좁은 도로, 일반 챠량이 많이 다니는 시간대에는 이동이 제한되는 도로 등을 고려합니다. 설치장소에 도착하면 정확한 위치에 하역해야 하는데 이 때는 크레인을 씁니다. 공사현장에서 보이는, 높게 튀어나온 기계가 바로 크레인입니다. 대부분 크레인 한 대로 하역이 가능하지만 무게에 따라 여러 대 크레인과 타워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소비지로 이동된 중량물 세우고 설치하기입니다. 이 분야는 로지스틱스와 엔지니어링의 복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량물을 세우려면 커다란 타워를 세우기도 하고 바닥이 약한 경우에는 바닥보강작업을 합니다. 따라서 물류 인원만 아니라 엔지니어가 대거 투입돼며 초중량물은 2~3일이 소요됩니다.
둘째로 -30도 이하의 초저온을 다루는 물류입니다. 최근 코로나 영향으로 백신 물류 수요가 늘면서 급격히 관심 받기 시작한 분야입니다. -20 ~ -25도를 유지하는 물류는 통상적으로 냉동(저온)물류 범위에 포함합니다. 하지만 일부 백신은 저온 범위를 넘어 영하 60도 이하에서 보관해야만 효과가 제대로 발휘됩니다. 이러한 초저온 제품은 생산지에서 출발할 때부터 초저온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운반합니다. 배송을 위해 생산된 백신은 특수제작된 용기에 포장합니다. 현재 영하 60도 이하로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운송수단이 없기 때문이죠. 특수용기는 국내 물류센터로 옮겨지기 전까지 백신을 책임지기에 정밀하게 제작돼야 합니다. 항공기에 탑재된 뒤에도 보냉을 위해 많은 양의 드라이아이스를 함께 싣습니다. 단순히 양만 많이 넣는 작업은 비효율적이며, 드라이 아이스의 정확한 위치와 양을 결정하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내에 도착하고서부터는 초저온 물류를 아주 신중하게 다뤄야합니다. 항공기에서 하역하자마자 소비자에게 접종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인천공항 내에는 각 의원, 병원까지 백신이 전달되도록 소분 배송할 네트워크와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또, 생산불균형을 대비해 안전 재고를 비축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국내 초저온 시설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죠.
하지만 소규모 실험실을 제외하고 영하 60도 이하로 보관할 수 있는 500평규모의 물류센터는 국내에 한 곳 뿐입니다. 따라서 이곳 보관 캐파(capacity)에 따라 수입량을 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제약사의 물류센터를 거쳐 동네 병의원까지 배송하게 됩니다.
초저온 물류를 필요로 하는 의약품은 향후에 증가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산업 구조로 들어서게 되면 의약품 시장이 더욱 커져, 관련 인프라와 전문인력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의약품 이외에도 농수축산물도 급속냉각시 초저온 기술을 활용하면 풍미를 잃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죠. 초저온 물류 시장규모는 무한한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농약/화학물질 등 위험물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위험물은 등급에 따라 보관/운송 기준이 달라집니다. 의외로 우리 일상에는 법적으로 위험물로 분류되는 물질이 많습니다. 여름에 많이 사용하는 분사형 살충제도 큰 범위에서는 위험물이며, 캠핑에서 사용하는 부탄가스도 당연히 위험물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위험물은 사건사고와 연관돼 생산에서부터 최종소비자까지 모든 과정이 통제되고 투명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유통과정에서 많은 이해관계자(창고, 차량 등)를 거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위험물은 특수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법인, 창고, 인력이 다루고 취급 방법에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위험물 물류 분야가 다루기 까다롭고 대부분 양성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기회가 많음을 의미하죠. 한 번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해두면, 경쟁사들이 해당 영역을 쉽게 침범하지 못하는 시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고요.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산업 체계로 변화하고 있고, 최근 전세계에 걸쳐 안전 환경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위험물을 보관하고 운송할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업은 크게 성장할 겁니다.
현재 위험물 분야가 얼마나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하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창고를 예로 들어봅시다. 창고는 당국 허가를 받는 작업부터 까다롭습니다. 위험물 창고 건립을 위해 우선적으로 인근주민 민원을 처리합니다. 그리고 법률에 맞게 창고를 구축합니다. 최근 들어 쿠팡 이천물류센터 화재, 평택물류창고 화재 사고로 일반 창고허가 받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위험물 창고는 더욱 심사를 통과하기 힘듭니다.
현재 수많은 위험물은 암암리에 허가없이 창고에 보관되고 있습니다. 앞선 사례가 없던, 무허가로 보관하던 위험물을 공식적으로 보관할 창고를 당국에 허가받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 수준입니다. 지자체장은 전례가 없는 창고허가를 승인해주기 상당히 부담스러워할 겁니다. 창고 건립을 허가 받으려면 창고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많은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관계자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창고에서 최종소비자 또는 중간 유통창고까지 운송할 때도 까다로운 절차가 존재합니다. 지자체에서 승인한 차량만을 사용해야하며 위험물 종류에 따라 혼적(섞어 싣기)할 수 없는 제품도 있습니다. 위험물 분야는 물류 효율성과 비용보다 안전이 더 중요한 분야입니다.
반면 고도의 투명성이 요구돼 IT를 많이 활용하는 물류분야 중 하나기도 하죠. 어플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창고내부를 감시할 수 있고, 운송차량에 GPS를 설치해 경로와 실시간 위치를 확인합니다.
또, 사람이 위험물을 다루게 되면 항상 사고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초기투자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자동화를 추천하는 분야입니다. 우리나라 물류시장은 아직까지 서구권 국가처럼 체계적으로 위험물을 관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ESG와 안전환경 이슈에 관심이 쏠리면서, 그동안 암암리에 해왔던 위험물의 취급이 많은 부분 양성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실제로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한 다국적 기업에서는 ESG경영 일환으로 국내애서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위험물을 양성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위 글에서 B2B특수물류를 크게 3가지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현재까지 B2B 물류 분야는 뮬류 산업 밖의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종합물류기업이라도 관련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으면 상당히 알기가 어려운 분야입니다. 물류는 규격화와 표준화가 경쟁력이며, 모든 기업들이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특수물류들은 효율화하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규격화와 표준화가 이뤄진 B2C 물류는 효율성면에서는 뛰어나지만 경쟁자가 쉽게 침투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제품 수출입에 사용하는 컨테이너 발명으로 물류가 혁신적으로 효율화됐지만 그만큼 시장에 경쟁자들이 많아지고 관련 산업 이익율은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누구든지 쉽게 침투할 수 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택배 또한 자동화되어 택배기업 영업이익율 또한 상당히 낮아졌죠.
하지만 특수택배를 취급하는 기업은 정보가 정확히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영업이익이 택배 빅 3(CJ, 롯데, 한진)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특수물류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각 영역별로 경쟁력 있는 회사들은 많지만 뚜렷한 강자도 없습니다. 즉, 지금이 특수물류 특정 분야에서 꾸준히 노하우를 축적하거나 신규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투자하기에 적기인 거죠.
[[references]]
물류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국내 대기업 A 물류사 재직 중
前) B 물류 솔루션 디자인 팀장
前) C 동남아 법인장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예전엔 골칫거리였던 문제가 쉽게 풀리기도 하죠. ‘산업구조 해부’는 실무를 뛰는 엄선된 전문가들이 직접 쓴 현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업 문제를 손쉽게 고치는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둘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