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오너리스크가 자주 발생하며,
대기업 브랜드만 장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오너의 성장속도가 기업의 성장속도를 못 따라잡기 때문입니다.
동네 장사가 기업운영으로 변하면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영세하게 시작한 프랜차이즈는 갑작스러운 성장을 겪고,
오너에게 성장을 준비할 넉넉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여타 다른 산업군에 비해 성장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일반적인 제조업과 비교했을 때 인기 소비재를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하며, 재빨리 창업 수요를 흡수하며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빠른 성장은 소비자들에게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생활에 밀접한 소비재 판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기업 규모보다 더 큰 기업으로 느껴지는 풍선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나 커져버린 인식은 결론적으로 프랜차이즈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킵니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평균 5년 이상 운영을 지속하지 못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해마다 가맹사업체와 가맹점주 사이에서 불거진 불공정 사례를 분쟁 조정합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프랜차이즈 기업의 비행이 적발됩니다. 이어지는 언론보도는 하나같이 기업 오너의 도덕적 해이함에서 비롯됐다고 보도합니다.
프랜차이즈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봅시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5주년을 맞이하기 전에 문닫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A라는 어느 맛집이 있습니다. A맛집은 상당히 인기있는 메뉴를 출시하여 나름의 독창적인 운영 전략으로 많은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러면 오너는 직영점으로 몇개의 매장을 추가 오픈합니다. 분점들 역시 많은 인기를 얻게 되고 이 시점에서 개인사업자를 법인으로 전환합니다. 법인전환시 등기임원으로는 가족, 친인척이 들어갑니다. 점점 인기와 인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가맹문의가 들어오며, 가맹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력직 직원들을 충원하여 본격적인 가맹 영업에 들어갑니다.
이때부터 장사를 잘하던 A맛집 사장님은 A브랜드 대표님이 됩니다. 가맹점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출전, 홍보에 투자하면 가맹 문의 건수는 처리가 곤란할 만큼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직영점 인근에 작은 사무실은 어느새 자리가 부족해 건물 한층 정도를 임대해 제법 가맹본사다운 모습을 갖춰갑니다. 직영점을 운영하던 때와 차원이 다른 매출이 생성됩니다. 성장하는 브랜드를 포착한 다양한 업체들은 A브랜드 가맹본사에 열심히 영업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대표님 체면’을 찾기 시작합니다. 보통 차부터 바꿉니다. 열심히 일해 여기까지 회사를 만들어온 ‘나를 위한 보상’이 시작된 겁니다. 어차피 세금으로 나갈 돈, 비용 처리하겠다는 생각으로 고급 외제차를 리스합니다.
그리고 어딜 가도 ‘대표님’ 호칭과 함께 융숭한 대접이 이어집니다. 주변 지인들은 제품공급이나 광고, 마케팅 협찬을 제안하며 벌떼처럼 달려듭니다. A브랜드의 매장이 전국에 100개가 넘어가면서, 대기업 영업팀장조차도 A대표를 찾아와 열심히 영업합니다.
A대표는 ‘이 기세면 곧 업계 탑 브랜드가 되는 것도 꿈은 아닌데?’라고 생각합니다. 바잉 파워가 생성되면서 브랜드 전용제품 생산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구매팀장이 아직은 시기상조라 OEM으로 제품을 만들자고 합니다. 그때 점포개발 임원은 이럴 때일수록 직접 생산을 위한 설비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곤 둘 모두 때마침 좋은 물건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요, 부동산은 결국 회사에 도움될 자산이기 때문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맞습니다. 기업대출을 진행하며 조금 무리지만 원료생산 공장을 가동합니다. 이제 A대표는 공장에 가맹점을 백 개 이상 거느린 기업 오너가 되었습니다.
사업 성장에 따라 경력직 직원들을 더 충원하기 시작합니다. 나름 대기업 경력을 가진 직원들을 충원하여 본격적으로 기업의 구조를 가다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직원들이 보고하는 자료를 다 이해하질 못합니다. 모르는 용어투성이의 보고서에는 대표가 생각하지 못한 영역이 너무도 광범위합니다.
하지만 대표가 모르는 티를 낼 순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결론이 뭐야?’ 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마케팅이란 걸 잘 모르지만 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기 때문에 경력직을 충원합니다. 비용지출이 늘어났지만 가끔 신문과 SNS에 브랜드 언급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 뭔가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슬슬 이익을 더 챙길 궁리를 하다 기존의 납품업체를 정리하고 백수인 조카녀석의 명의로 납품회사를 설립합니다. 모든 납품이 이 회사를 통해 이뤄지도록 설정한 뒤 통행세를 거둬들입니다. 가맹점에 출고 가격이 인상되자 점주들이 반발합니다. 영업부장에게 알아서 잘 처리하라고 압박했습니다.
한류열풍이 거세지면서 골프모임을 갖는 다른 브랜드 대표가 베트남에 브랜드 진출을 했다며 자랑합니다. A대표님은 ‘생각해보니 내 브랜드도 가능하겠어’라고 생각하죠. 듣자하니 동남아에서는 한국 브랜드라면 줄을 선다고 합니다. 시장조사도 할 겸 지인을 통해 동남아로 1주일 정도 출장 겸 여행을 떠납니다. 현지 한인촌에서 현지 사업가들과 교류를 시작하고 경력직을 뽑아 해외영업을 시작합니다.
조직이 커지다 보니 의사결정 범위도 늘어납니다. 반 이상이 잘 모르는 내용입니다. 역시 경력직을 뽑길 잘한 것 같습니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인원이 제법 늘었습니다.
초창기 개설한 가맹점에서 매출부진으로 폐점하는 곳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몇 개의 매장이 소송을 걸어왔습니다. 개점 당시 점포개발 직원들이 예상 매출을 과도하게 포장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몇 건의 소송에 패소했고, 수억 원을 배상해야 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식중독이 발생했고 이는 가맹점주의 부실한 위생 관리가 원인으로 드러났습니다. 가맹점주와 본사 직원들의 대처 또한 적절치 못해 언론 보도 이후 엄청난 이슈가 됩니다. 이제 A 브랜드 검색결과에는 각종 부정적 보도와 소비자들의 실망이 넘쳐납니다. 수습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했고 가맹 문의 역시 멈췄습니다. 기존 가맹점들은 점점 매출이 줄었고 급기야 일부 가맹점들은 경쟁 브랜드로 갈아타기 시작했습니다.
매출이 줄면서 공장의 가동률은 떨어지고 운영자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A브랜드 대표는 직원들의 급여 지급을 미루면서 위기상황에 회사를 위한 고통분담을 설명합니다. 그러자 직원의 1/3이 퇴사했습니다. 심지어 공장부지 담당인 본부장도 퇴사했습니다. 부지를 알선한 본부장이 상당한 뒷돈을 챙겼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줄어든 인원만큼 겸직을 지시하고, 향후 모든 노력을 보상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퇴사한 직원 중 공익제보자가 있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를 나왔습니다. 공정위는 내가 설립한 조카명의 사업체가 통행세를 받던 사실을 적발했고, 곧 과징금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가맹점주들은 점주연합을 결성하고 본사의 보상과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합니다. 결국 공급가를 낮췄고 매출의 상당수가 사라졌습니다. 급기야 은행은 매출 하락을 이유로 공장 설립 대출금의 일부 상환을 요구했고 금리는 인상됩니다. 수익은 점점 악화돼 적자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2장의 사직서가 또 올라왔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정말 최악의 상황을 모아서 써놓은 판타지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단언컨데 아닙니다.
기업대표가 되면 성과를 보상받길 원합니다. 당연한 생각이며 오너의 권리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오너가 자신을 위한 보상에만 집중하는 데서 발생합니다. ‘안 쓰면 어차피 세금 낼 돈, 비용처리가 가능하니 쓰자!’라고 생각하며 흥청망청 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일가친척들이나 지인을 채용하고 근무하지도 않는 가족을 근무자로 넣어두는 일 역시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기업을 위해서라면, 고생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직원을 충원할 수도 있고, 연구개발 시설을 확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이런 인식을 가진 기업과 오너가 드뭅니다. 직원들의 근속기간이 이를 단적으로 대변합니다.
아무리 비대면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프랜차이즈는 소비자의 감성과 만나는, 휴먼 터치 사업입니다. 기업 운영 역시 인적 의존도가 높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는 기업 구성원들에 대한 법적, 도덕적 책임이 있습니다. ESG 경영이란 슬로건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며 인증서를 걸어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너가 ESG 경영 마인드를 실천해야 합니다.
퇴근 후 MBA과정을 밟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배움의 활동을 멈추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대표는 업력이 10년 이상의 지속된 사업이력을 유지한다는 특성을 갖습니다. 남보다 적게 자고 더 바쁘게 일하며 더 많이 공부합니다.
위생용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 대표님을 대표적인 예로 들겠습니다. 이 분은 퇴근 이후 항상 공부를 멈추지 않으셨고 매우 적극적으로 협회 활동에 참가하셨습니다. 동종업계 기업들이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사업다각화를 결정했고, 생산설비 개편과 신규투자를 통해 품목을 다각화했습니다. 그 결과 이 기업은 시장 침체 속에서 되려 매출이 신장하고 기업 규모는 성장했습니다.
이런 대표의 모습에 영업부 직원들은 시장에 경험한 자신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대표에게 건의하였고 그 과정을 통해 기업은 점점 성장해 나갔습니다.
이 사례는 지어낸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과거의 직업윤리처럼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히 하던 기업문화는 지금 2030인 MZ세대에게 노동분쟁의 요소가 될 뿐, 전혀 기업 운영에 도움되지 않습니다.
결국 직원들이 오너를 존중하고 따르지 않는다면 그저 굴러가는 업무집합체에 불과해지는 것이 기업입니다. 적절한 인정과 보상은 따르지 않고 그저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오너와 회사에 충성심을 가질 직원은 없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MZ세대는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한 판단에 있어 기성세대보다 자유롭고 주관적인 관점을 대입하고 있습니다. 배울 점이 없고 노력하지 않는 오너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던 시절과는 달라졌습니다. 개인의 성장과 만족에 높은 비중을 두는 젊은 층에게 노력없이 윤리를 따지지 않는 기업은 추종심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나약하고 우리사회의 노동구조가 쇠퇴했기 때문이라 치부하며, 경력직만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면 답이 될까요? 결국 세대교체는 시대 흐름이고 그 흐름은 막을 수 없습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획 전문가
현) 탤런트뱅크 전문가, 카페 프랜차이즈 A사 본부장
전) 식품 유통사 대표
전) 식품 프랜차이즈 B사 운영지원 본부장
전) 식품 프랜차이즈 C사 구매파트장
전) 식품 프랜차이즈 D사 가맹SV / 외자 구매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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