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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진단키트, 군무기와 거래 가능할까요?

절충교역2: 민간 기업과 손잡는 국방부

 

 

“이번에 대형공격헬기 사업에 참여하는데, 절충은 뭘로 하는 게 좋을까?”

“업체 여러 개 찾아줄게. 내가 소개한 기업 검토해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대령으로 예편 후 현재는 미국의 방산 대기업에서 한국 에이전트로 일하는 제 동기 녀석과 나눈 대화입니다.

 

동기도 방산 분야에 뼈가 굵은 사람이지만, 절충교역은 경험하지 못하면 상당히 난해한 부분이라 저에게 그 고민을 이야기한 거죠. 절충교역에서는 빠른 정보와 네트워크가 아주 중요합니다. 미리 알고 준비하면 그만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대한민국에 무기를 판매한 외국 방산 회사는 반드시 무기를 판매한 만큼 일정 부분을 절충교역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그러니 파이가 큰 대형공격헬기 사업에 한국 기업이 절충교역 참여회사로 선정된다면, 그 회사는 무조건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보면 됩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 이해가 맞아떨어지기에 좋은 거래가 될 테니까요.

 

1편에서는 직접 절충교역 대상이 된 기업을 소개했다면, 이번 편에서는 국내 기업이 해외 방산업체의 협력업체로 선정될 수 있는 사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해외업체가 우리 군에 판매한 무기의 부품 제조 기술을 국내 업체에 기술이전하면, 국내업체는 자연스럽게 해당 무기를 우리 군에서 쓰는 동안 유지보수업체로 참여합니다. 대부분 30년이라는 긴 시간 내내 참여합니다.

만약 해외업체가 해당 무기를 동남아시아 국가에 추가 판매한다면, 이 기술을 전수받은 국내업체는 해외업체의 협력업체 지위로 부품의 동반 수출까지도 가능합니다.

절충교역에 참가해 기술을 이전받은 국내 업체들이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입니다. 고도로 발달된 방산업체의 국방기술을 무료로 전수 받는 동시에, 해외와 한국군에게도 지속해서 납품할 수 있는 제도죠.

 

2022년에도 가능한 일일까요? 사실, 이런 꿈같은 사업은 과거 80~90년대까지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바로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절충교역이란 국외로부터 무기 또는 장비 등을 구매할 때 국외의 계약상대방으로부터 관련 지식 또는 기술을 이전받거나 국외로 국산 무기장비 또는 부품 등을 수출하는 등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받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교역이다.

중요한 개념이니 다시 한번 복습해보겠습니다. 이 개념을 숙지하고 다음 글을 잘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정말 독특한 위치에 자리한 국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엄연히 휴전 국가이며, 전 세계 국방시장에서 구매력이 Top 5안에 들어가는 매력적인 시장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한국에 무기를 판매하면 자연적으로 동남아시아 국가에 큰 홍보 효과가 있어 판매도 순조롭습니다.”

유럽 방산 대기업 임원이 제게 이런 말을 건넬 정도로 세계 방산 업계가 한국에 갖는 관심이 큽니다. 여러 국가가 휴전국이 사고 쓰는 무기를 눈여겨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산시장에서 한국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방산업체들은 한국 시장 진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 폴란드, 동남아시아, 중동지역에서 우리가 만든 무기가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 국방기술도 선진국 반열에 오를 만큼 성장했다고 자찬할 수준에 올랐습니다.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은 세계 방산 업체들이 무시하기 힘든 경쟁업체가 됐습니다.

 

국내 기업이 방산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힌트는 여기서 등장합니다.

해외 방산 대기업들이 부단한 노력으로 자사 무기를 한국 정부에 판매하고 나면, 그때부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절충교역 이행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해외 방산업체에 핵심기술 이전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방산업체들은 본인들이 2~30년동안 투자 개발했던 핵심기술을 이전해주는 데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이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가 미국입니다.

미국이 자국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제도적 장치가 ITAR(미국 국무부 주관 ‘국제무기거래규정’)입니다. 미국은 한국 정부와 협상할 때 항상 이 ITAR 규정을 근거로 기술이전 불가를 고수하며, 잠재적 경쟁국인 한국을 강력히 견제합니다. 과거 F-35 도입 시 우리는 4대 핵심기술인 AESA레이더((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며, 송수신 통합 모듈이 레이더에 장착돼 주위를 탐지, 추적.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와 IRST((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 Infrared Search and Tracking System.)), EO TGP((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 Elctro-Optical Targeting Pod.)), RF((무선 주파수. Radio Frequency.)) 이전을 요구했지만, 기술이전에 부정적인 미국은 우리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절충교역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사례도 있었죠.

 

그렇다면 절충교역을 이행하기 위해 정해진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절충교역은 국가 간 무기 거래 시 계약의 일부분입니다. 기술을 이전하지 않는다고 절충교역 금액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그 금액은 다른 방법으로라도 상쇄해야 합니다. 만약 기간 내 절충교역을 이행하지 못하면 방산업체는 이행하지 못한 금액의 10%를 페널티로 상대국 정부에게 현금 지불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절충교역 금액을 적절히 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산업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으로 기존 군수품이 아닌 민수품으로 수출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서드파티 오프셋(이하 제3자 상쇄)이라고 부르는 거래 형식입니다. 별도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해외 방산업체 절충교역 담당자와 수출을 원하는 국내 민간업체 간 미팅을 주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군수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한 제 관점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제3자 상쇄 사업은 성공이라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주관기관이 양쪽 비즈니스 니즈를 조율하는 데 미숙하다는 점이 절충상쇄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에서 제가 직접 경험한 뚜렷한 실패 사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실패한 경험담에서 문제점을 찾아 마련한 개선책을 공유하는 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때는 2020년 초,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가 조금씩 알려지던 때였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순간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발전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지역에서는 COVID-19 진단키트가 부족하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졌습니다.

당시 저는 삼성 계열사인 모 기업에서 신사업 고문으로 활동하던 중, 코로나 진단키트 생산 업체를 소개받았습니다. 그 회사의 코로나 진단키트는 미국 FDA(식약청)에 EUA(Emergency Use Authorization, 긴급사용승인)를 신청한 상태였습니다. 미국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만 받는다면 ‘수출행 티켓’을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은 마침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35를 도입했고, 기술이전 협상 실패로 절충교역 상쇄를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듯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 록히드마틴사는 물론, 유럽, 이스라엘처럼 절충교역 상쇄를 위해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K-방역’을 내세워 해외업체에 한국 ‘코로나 진단키트’로 이행을 대체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담당자들은 호응했고, 주무 기관인 방위사업청도 필요시에 모든 승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죠.

 

급박한 상황에 맞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알았지만, 사업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나게 됩니다. 코로나 진단키트의 FDA 긴급사용승인이 자꾸만 늦어졌습니다. 다음 주에는 가능할 거라며, 일정은 끝없이 미뤄졌습니다. 해외 방산업체 절충 담당자들도 자국 상황에 초점을 두고 함께 승인을 기다렸지만, FDA는 제안 6개월 뒤에 진단키트를 승인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코로나 진단키트가 충분히 공급돼 필요성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유럽과 이스라엘의 방산업체들과의 절충교역 이행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F-35를 판매하고 절충교역 이행에 고민하는 록히드마틴사를 설득해보기로 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코로나 진단키트가 전략물자로 지정돼 부족분을 채워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록히드마틴사 절충교역 담당자만 잘 이해시키면 되겠다는 판단에서였죠. 당연히 록히드마틴사와의 절충교역은 늦어지는 FDA 승인을 기다리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여기서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무기만 만들던 방산업체에게 민간 의약품 유통 지식이 있었을까요?

대상이 민간품목인 절충교역을 이행하려면 해외 방산업체-중소벤처기업부-방위사업청-국내 제조업체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저는 국내에서의 준비를 마쳤지만, 미국 내 유통구조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코로나 진단키트가 FDA 긴급사용승인을 빠르게 받았다면 유통구조를 고려할 일은 없습니다. 당장 필요한 물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각국의 정상적인 방역시스템이 갖춰진 시점에서는 각국의 민간기업, 즉 의료기기 유통조직에게 새로운 방법을 묻고 협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게 바로 제3자 상쇄입니다. 이번 교훈으로 다음 절충교역은 더욱 수월하게 로드맵을 짤 수 있겠죠.

 

저는 지금도 방위사업청에서 진행하는 절충교역 사업에 관심을 갖습니다. 일반 민수용품 생산 업체를 방문하면 이 회사는 절충교역에 참여 가능한지 아닌지를 따져봅니다. 해외업체가 대형공격헬기사업을 수주하면 절충교역 이행에 맞는 준비를 해둬야하니까요.

 

다음 글에서는 절충교역에서는 ‘가치’라고 부르는 ‘가격 산정 방식’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종호
국방분야 사업진출 및 해외 수출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現) Avix Global 한국지사장
前) 방위사업청 연구원/파트장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예전엔 골칫거리였던 문제가 쉽게 풀리기도 하죠. ‘뉴 트렌드’는 실무를 뛰는 엄선된 전문가들이 직접 쓴 현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업 문제를 손쉽게 고치는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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