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1만8천2백여개의 치과에 약 2만7천여명의 치과의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년 700여개의 치과가 새로 개원하고 500여 군데가 폐업하고 있습니다. 전체 치과의 28%가 밀집한 서울시에서 발표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의하면 서울시에서 신규 개원한 치과 생존율은 1년내 약 89%, 5년내 약 66%로, 10군데 중에서 3군데는 5년내에 폐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치과 전체의 매출 및 수익을 이해하기 위해 2019년도 자료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비록 3년전 데이터이지만 맥락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2019년도 치과의 평균 매출액은 의사 인당 월 4천7백만원, 세전 수익은 약 1천7백만원으로 매출이익율은 약 36%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 개원한 신규 치과의 경우에는 평균 개업비용 3억원, 5년 감가상각 기준으로 실제 수익은 월 감가상각비 5백만원을 제외하면 25%대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경영학에서 매우 유명한 파레토 법칙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전국 1만8천2백개의 치과 중에서 상위 20%인 3천640개의 치과가 전체 매출 80%를 점유하는 걸로 산정해서 계산하면 상위 20% 치과 한 군데당 월 2억3,5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합니다. 이는 평균 매출을 기록하는 치과의 딱 5배에 해당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임플란트 회사에서 고객들의 매출 현황을 조사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규모와 구매액이 전체 거래처 중에서 상위 30%에 해당하는 치과 20군데를 뽑아서 매출액을 문의해 본 결과 놀랍게도 파레토 법칙으로 산출한 금액과 거의 유사한 평균 2억원 정도로 나왔습니다.
이는 치과계에서도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며 즉, 양극화가 진행됨을 의미합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고 투자비의 한계가 있는 신규 개원 치과 생존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신규 개원하는 치과 평수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평수대가 50-80평대였습니다. 10년 전의 30-50평대에 비해 거의 2배 정도 규모가 커졌습니다.
평수보다는 유니트 체어라는 치과 진료용 의자로 비교하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르겠네요. 일반적인 유니트 체어 설치 기준이 10평당 1대 입니다. 즉, 아직 기존 환자도 인지도도 없는 신규 치과에서 체어 5대에서 8대를 설치하고 진료를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흔히 방문하는 동네 치과의 규모를 아시나요? 안내 데스크 공간을 지나면 보통 체어 3개에서 4개 규모의 치과가 대부분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 이고 두번째는 장소 이전에 대한 유연성이 매우 낮은 의료시설 특성 때문에 무리가 되더라도 처음부터 확장을 염두에 둔 공간을 선택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환자는 어떤 기준으로 치과를 선택할까요?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구매자의 입자에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2020년 11월말에 치과계의 전문지인 치의신보란 곳에서 치과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왜 동네치과를 선택하는지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아주 흥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동네치과를 선택한 이유로 탁월한 접근성이 약 29.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친절한 의료진(16.7%), 적정한 진료비(11.7%), 진료의 질(7.3%), 쾌적한 환경(6.0%) 등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닌 기간에 대한 질문에는 1년 이상이 전체의 76%를 차지해서 비교적 고정적으로 다니는 치과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동네 치과를 다니는 목적을 살펴보면 아마도, 치과 원장님이 원하는 방향과는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충치·잇몸치료(58%)와 예방치료(26%)가 전체 응답자의 84%를 차지했으며 치과에서 주로 홍보하는 임플란트, 교정, 심미 부분은 16%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환자들은 처음에 치과를 선택할 때 어떤 경로로 정보를 얻을까요? 설문조사 결과, 지인 소개와 가족 추천 등 입소문이 77%였고, 온라인 검색이 10%, 간판 또는 홍보물이 나머지 13%였습니다.
정리하자면, “가벼운 치료나 예방 치료 목적으로 동네 치과를 한 군데 정해놓고 다니지만, 임플란트나 교정과 같은 고수가 치료는 다른 곳을 알아본다. 그리고 치과 선택을 할 때 주로 아는 사람의 추천을 받아서 결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치과 전략은 무엇일까요? 최근 진료 품질과 의료진 친절과 같은 항목은 이미 필수적인 요소가 돼버렸습니다. 이제는 그 수많은 치과 중에서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다른 차별화 전략과 도구가 필요합니다. 하나의 치과를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의료진과 직원, 진료 프로세스, 진료 도구와 장비, 장소와 시설물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항목이 바로 진료 도구와 장비의 업그레이드입니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사람은 구하기 어렵고, 장소는 쉽게 이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디지털 시스템 도입에 의한 진료의 차별화와 마케팅입니다. 치과의사 492명을 대상으로 치과의 디지털화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70%가 장비 도입이 치과 경쟁력이 도입되며, 47.7%가 임플란트 진료에 사용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보철 치료와 교정 치료에 사용한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럼, 왜 임플란트 진료에 디지털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치과의 주요한 매출원은 비보험 진료입니다. 대표적인 항목은 임플란트, 보철, 교정인데 교정은 주로 교정 전문치과에서 치료받기 때문에, 교정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수가가 높은 임플란트에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임플란트 수가도 평균 120만원 대여서 최근 60만원, 심지어 45만원대까지 출현하고 있습니다. 지르코니아 크라운 기준 보철 가격도 30-50만원대에 수가가 형성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임플란트 진료도 높은 진료 기술에 따른 수익이 보장된 진료 과목이 아니고, 치열한 경쟁과 규모의 경제로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 과목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임플란트는 여전히 치과에서 가장 중요한 차별화 전략 도구입니다. 그 이유는 환자가 치과를 선택할 때 가장 많이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진료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수술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비용도 중요하지만 수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고통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임플란트 진료를 잘하는 치과라고 소문이 난다는 것은 환자 유치에 한발 앞서가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가를 유지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또다른 차별화 방안으로 마케팅이 있습니다. 마케팅은 내부 마케팅과 외부 마케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내부 마케팅은 병원의 프로세스 고도화, 친절함과 체계적인 환자 케어 시스템, 대기실과 진료실에서의 홍보물 배치와 동영상 방영이 있으며, 대부분 치과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규 환자 유입을 극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외부 마케팅, 즉 광고를 활용해야 합니다. 앞선 내용에 치과를 선택할 때 지인 소개가 가장 우선시된다고 했지만, 네이버 검색 광고의 키워드 순위를 살펴보면, 치과계에 해당하는 키워드 중에서 임플란트와 관련된 키워드가 PC 및 모바일 모두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즉, 임플란트 환자는 지인에게도 많이 물어보지만, 여전히 네이버나 구글에게도 많이 물어본다는 뜻입니다.
먼저, 광고 유입 과정을 살펴보면, “광고 – 검색 – 노출 – 정보 탐색 – 전화문의 – 방문상담 및 진료” 순으로 진행되는데, 환자 입장에서 검색에 노출된 정보와 치과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일치하거나 원하는 정보를 담고 있을 때 전화 문의 또는 방문과 같은 적극적인 차후 행위로 이어집니다. 이 때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축적해 놓은 진료 과목 안내와 실제 진료 사례, 그리고 최근에는 치과 원장이 직접 출연한 유튜브 영상이 환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관점은 치과를 운영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진료 스태프 확보 및 역량 향상 부분입니다. 한국의 경우, 활동 중인 치위생사와 간호조무사는 모두 3만8천명 수준으로 치과당 2.1명이며, 대형 치과로의 편중이 심하기 때문에 일반 규모의 치과로서는 가장 구인난이 심한 직종 중에 하나입니다. 치위생사들의 여러가지 치과 선택 기준 중 본인의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항목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으며, 디지털 시스템이 잘 구비된 치과일수록 스태프 구인이 용이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앞으로 치과산업은 양극화와 디지털로의 전환이 더욱 심화될 것이고, 디지털 시스템은 유무의 문제가 아닌 완성도 문제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치과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임플란트 진료는 향후에도 치과 경쟁력과 진료 시스템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진료 과목으로 여전히 자리매김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뿐만 아니라 그동안 임플란트 시술 치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미국, 중국, 인도 등과 같은 인구대국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 디지털 임플란트 진료를 위한 필수 장비인 CBCT의 보급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더불어 기존의 일반 진료 과목 치과가 임플란트 시술 치과로 전환되는 비율도 확연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추세에 맞춰 가성비가 뛰어나면서도 높은 제품 완성도와 디지털 시스템이라는 차별화를 앞세운 한국 임플란트 회사들의 해외 매출 증가세도 두드러지고 있으며 최근 중국, 인도, 러시아에서는 최대 수출국으로 자리잡아 K-임플란트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이러한 인구 대국들의 치과 의료비 증가 추세와 전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를 미루어 볼 때 한국의 임플란트 산업은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당분간 고속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임플란트 시장 개척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前) 디오임플란트 대만법인장 및 마케팅본부장
前) SK하이닉스 구매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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