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마음에 드는 중고차를 발견해 매장을 찾아가면 허위매물이었던 경험 있으신가요?
그 차 대신 다른 차를 소개하는 경우도 많죠. 쇼핑처럼 쉽게 장바구니에 담은 중고차를 집앞까지 배송시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30여년간 개인이 전문 중고차 딜러를 상대해야 하는 중고차 구입은 어딘가 속은 기분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매물로 나온 중고차 현황과 이력 정보는 알 수 없었고, 현재 품질진단 기준도 제각각이라 가격협상에 불리했죠. 내 차를 팔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내 차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으니, 딜러가 가격할인을 요구하면 속수무책으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앱에서 버튼 두세번 누르면 마음에 드는 그 중고차는 내 차가 됩니다. 중고차 매매 참여자들은 오랫동안 불투명하고, 정보 격차가 큰 시장 관행에 불만이 많았지만, 이제 중고차 시장은 빠른 속도로 체계를 갖추며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입장합니다~”
차량은 부동산을 제외하고 가장 고가인 재화입니다. 매매 과정에서 소비자 관여도가 매우 높은 상품으로, 매 경험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실제로 중고차를 거래하는 수는 적지만, 한 번 중고차를 사고 팔 때의 경험은 오랜 시간 지속됩니다. 매매 과정 밖의 소비자는 중고차 매매시장이 어떤 곳인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고차 매매시장은 아직도 대다수 대중에게 불쾌한 경험을 각오해야 하는 곳이지만, 더 이상 일반인이 전문 딜러와 협상에서 쩔쩔 맬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 대기업이 앞다퉈 진입하면서, 중고차 매매시장은 체계를 순식간에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초 중소기업벤처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사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으로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죠.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려는 이유는?
지금만큼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중고차 비즈니스 광고를 많이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중고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고 볼 수 있죠. 이런 시기의 중고차 산업은 주목해 볼만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중고차 시장규모는 연간 40조 수준에 달합니다. 거래되는 차량 가격은 낮지만 거래대수는 신차시장보다 많습니다. 신차시장 58조, 가전시장 29조, 화장품 시장 27조, 의약품 시장 23조라는 규모를 감안하면 중고차의 시장규모는 산업화되기에 충분한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의 자동차 소비구조(신차/중고차 판매대수 비율)와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의 중고차 판매활성화는 50~70% 수준에 머무릅니다.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죠. 특히 반도체 수급 이슈로 신차 수급이 어려워진 최근에는 차량 품귀현상으로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넘어서는 역전현상이 나타납니다.
요즘 누가 매장 가서 중고차 사요?
과거 중고차 거래 방식은 매매단지에 방문해 상담을 거친 뒤 직접 가지고 오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찾고 바로 구매하는 순수 온라인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쇼룸 방문 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역쇼루밍(showrooming)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중고차 매매방식은 ‘쇼핑’에 맞는 형태로 다양해졌습니다.
중고차 구매 절차가 온라인으로도 대응이 가능하게끔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차량정보가 제공되고, 실물을 반영한 촬영 기술이 늘었습니다. 탁송 대응과 3일내 환불 같은 제도도 마련됐습니다.
공산품이 제품마다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특히 중고차의 경우 모든 제품이 일물일가적 특성을 띱니다. 같은 제품라인이라도 차량 히스토리에 따라 전혀 다른 특징과 품질을 갖습니다. 중고차 산업에 도입된 온라인 거래제도는 시장이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거래 업은 기업형 플레이어는 누구?
중고차 시장에 참여한 대표적인 기업형 플레이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중고차 분야 단연 1위는 유재석이 광고하고 있는 K Car입니다. K Car는 2위와의 격차가 두 배수준으로 압도적이지만, 전체 시장의 점유율은 현재 4%에 불과합니다.
이는 중고차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산업화되지 않았고, 실력있는 기업형 Player가 정착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시장이 될 수 있고, 또한 선도하는 기업이 언제 바뀔지도 모르는 춘추전국의 상황이라는 뜻이죠.
K Car는 대기업 SK의 한 사업부에서 분사한 SK엔카라는 기업에서 대기업 시장제한 조치로 분리 매각돼 탄생했습니다. 기존 SK엔카라는 기업의 오프라인 자산과 역량을 위주로 단련해온 터라, 전통 중고차 비즈니스 이해도가 높습니다. 수준급의 매입, 판매역량을 유지하는 동시에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죠.
직접 매입 – 상품화 – 직접 판매하는 직영 중고차 비즈니스를 핵심으로 내세워 소비자 신뢰회복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고차 온라인 거래 장벽을 낮추는 중고차 시장 리딩 기업입니다.
엔카는 SK엔카의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분사한 기업입니다. 중고차 매매 정보가 체계적으로 집중된 곳으로, 중고차 거래를 고민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엔카를 이용했습니다. 그만큼 플랫폼 사용률과 접근성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엔카 비즈니스는 중고차 가격정보와 거래지원 기능을 갖췄고, 광고 수수료가 비즈니스 수익 원천입니다.
현대, 기아, GM, 쌍용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신차 제조기업도 중고차 시장 진입을 서둘러 준비 중입니다. 신차 제조기업은 신차의 가격 경쟁력이 중고차의 잔존 가치와 연계된다는 실리를 대외적 명분으로 내세워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중고차산업의 규모와 성장성이 비즈니스 관점의 성과가 기대되기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고차 비즈니스 전략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정부는 대기업의 중고차 진입시점을 내년 5월까지 1년 유예하면서, 공식화했습니다. 진입을 준비 중인 대기업은 시점은 아쉽지만 짜임새 있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헤이딜러, 소카, 타다는 데이터와 I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형 혁신기업입니다. 중고차 거래관행상 불편한 점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거나, 모빌리티 서비스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한 서비스 기업입니다.
주로 자동차 렌탈, 리스업을 하고 있는 캐피탈 회사(현대캐피탈, JB캐피탈, KB차차차)와 렌터카 기업(롯데렌트카)은 렌탈 이후 반납된 차량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중고차 시장에 직접 참여하게 됩니다. 리스로 대여한 자동차를 반납할 때 소유주가 구매하길 원하면 그 중고차를 판매합니다. 이전에는 기존 중고차 업체에 위탁판매했지만, 앞으로 중고차 사업부를 만들어 직접 팔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존 중고차 시장 초기부터 활동해온 기업형 플레이어도 무시할 수 없죠. 위에 언급한 대기업, 금융기업보다 덩치는 작지만, 영세업자보다는 압도적인 자원과 경쟁력을 보유했습니다. 오토플러스, 유카, 고려자동차, 오토엠은 시장 변화를 관찰하면서, 각자의 핵심역량에 맞는 역할을 준비했습니다. 이들의 핵심 경쟁력은 기존 시장 이해와 거래관행에 지배적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이죠. 중고차 시장 재편에서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시장가 형성에 개입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신차부터 관리하는 중고차 가치사슬
지금까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중고차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장규모가 크고 폭발적인 성장도 기대됩니다.
신차가 출고되고 나서 차량을 폐차처분하기 전까지는 여러차례 거래가 발생합니다. 차량은 사고파는 과정을 거칠 때마다 그만큼 정보를 축적하고 히스토리를 쌓아갑니다. 매 거래마다 점검과 정비를 거쳐 재상품화하죠.
그동안 차량제조기업은 신차 판매에 몰두했지만, 매 차량의 수명주기만큼 잘 관리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차량을 유통/거래할수록 중고차 산업 가치사슬 전반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차량 가치사슬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고, 자원순환 관점에서는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부여합니다.
자원순환, 민관협력, 식품/중고차 유통채널 사업기획 전문가
現) 탤런트뱅크 전문가
前) CJ제일제당 식품영업부문 10년
前) CJ제일제당 CSV경영, 지속가능경영 10년
現) 고려자동차 NewBusiness 담당 CSO 상무이사
회사의 핵심인 CEO와 임원진은 언제나 제대로 의사결정하고 있는지 고민합니다. ‘원포인트 레슨’은 탤런트뱅크 전문가들이 수십년간 실무를 경험하며 다듬어낸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의사결정 파트너가 돼줄 전문가들의 핵심조언 한마디를 들어보세요.